그러고보니 나름의 오션뷰였다. 전에 살던 집은 창 가득 바다가 보여서 지금 집의 바다쪽 풍경에는 그리 감흥이 없었는데 저렴하나마 홈씨어터를 사고, 그에 맞게 가구를 옮기고, 소파에 앉아 창밖을 보니 쭉쭉 솟아오른 아파트 너머에 바다가 보이는게 나쁘지 않은 듯해서 베란다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홍콩에 익숙해진다는건, 10층 좀 넘는 롯데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바를 꼭 잡고 넌지시 유리창 밖을 내다보는 나같은 고소공포증 환자가 바깥 창문도 없는 50층의 베란다에서 사진도 찍고 화분 물주고 책보고 삼겹살도 구워먹는, 높이에 익숙해진다는 것 같다.
@home, 20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