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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2009. 9. 22. 11:46 |

일요일에 그와 집 근처 차찬탱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 좀 하고 집에 와서 맥주마시며 영화를 보니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그래도 나를 위로할 겸;;시티수퍼 문구점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좀 더 기분좋게 일하기 위해 펜도 사야겠다고. 우울하다고 구두를 지르는 것도 가방을 지르는 것도 아니고 노트와 펜을 지르는 나도 참 오타키(오타쿠의 형용사형;)하다만.

퇴근 후 하버시티로 갔다. 하버시티는 그리 좋아하는 쇼핑몰은 아니지만 역시 선택의 폭이 넓어서 자주 가는 곳이다. page one, city super, muji, hongkong record 를 들르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도 해소된달까. page one 에 먼저 들르니 좋아하는 잡지 <kraso> 추동(秋冬)판이 나왔다. 지난번 춘하(春夏)판 구입시기를 놓쳐 편의점, page one, 토마토북스를 다 뒤져도 없었기에 추동판이 참으로 반가웠는데 그래도 편의점이 더 저렴했던 것도 같아서 일단 보류; 귀찮아서 돌아다니며 발품파는 쇼핑을 즐기지는 않지만 홍콩은 같은 상품이라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번 더 다른 곳도 봐둘 필요가 있다는게 그간 나름 터득한 것이랄까.. 
이 잡지는 볼 때마다 참 네이밍을 잘했다고 감탄하는 잡화/생활용품 통신판매 카탈로그인데 동시에 잡지로써의 기능을 함께 해서 두께나 잡지 질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다. 거기에 잡지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사진들. 

page one 의 잡지코너를 좀 보고 city super 문구코너로 갔다. 들어가자마자 눈길을 끄는건 한 코너를 차지한 다이어리. 좋아라하는 moomin 캐릭터 다이어리가 꽤 있었다. city super 자체가 일본계라서 그런지 다이어리도 일본 직수입이어서 일본 공휴일은 차치하고라도 지하철, 생활상식도 다 일본정보여서 다이어리 본 기능은 별로인 듯. 아마도 난 지금쓰는 몰스킨 홍콩편에 monthly note 만 새로사서 같이 들고다닐 것 같다. 다이어리를 한참 보다보니 아직도 날씨가 30도를 넘는 한여름 날씨인 이 곳에서 잠시 잊고 있었다만 벌써 9월말이고, 곧 10월이고, 연말이라는 사실이 자각되서 우습게도 순간 눈이 시큼했다. 나이 삼십먹어서 이 빌어먹을 감수성은...
그리고는 한끼 점심값과 맞먹는 볼펜을 하나 샀다. 즐겁게 일하기 위해.. 

레코드 가게에선 <side ways> 를 샀다. 전부터 찾던 dvd 인데 여기서 발견할줄이야. 압구정 스폰지하우스..가 아니고 바뀌기 전이었던거 같은데 이젠 이름도 생각안난다. 그 극장에서 기억에는 폐관작이었던 것도 같다. 그 날 그 자그마한 극장에 친구와 나 포함 전체 10명이나 있었나...그렇지만 영화속 개성 가득한 캐릭터와 냉소적 유머에 모두 매우 즐겁게 깔깔대며 웃으며 봤던 영화였다. 

그리고는 그가 도착했다고해서 실버코드로 넘어가 god 에 들렀다. 어머님이 곧 홍콩에 오시고 아무리 집 근처 호텔에 묵으신다해도 집에서 맥주 한 잔은 할테고 집에 있는 컵은 모두 2개씩이니까 어머님용으로 같은 컵을 사러 bodum 머냐..파비나 더블월 글라스를 샀다. 오는 길엔 편의점에서 page one 보다 7달러 저렴하게 팔고 있는 <kraso> 를 샀다. 실버코드에 가면 i.t 에 가서 beams boy 를 한바퀴 돌러보고 오지만 어제는 생략했다. 뭔가 살까봐.

요즘 드는 생각인데...
인간의 생활은 소비와 생산의 연속이고 이게 평소의 리듬이 깨지면 그러니까 우울하거나 기쁜 일이 있다면, (주로 전자의 이유로) 소비던 생산이던 어느 한쪽에 급격하게 쏠리게 되어있지 않나 싶다. 뭐 원래부터 균형이 딱딱 맞을 수는 없겠다만 그러니까...정도의 차이라 하겠다. 나같이 소비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우울주기에 따라 찔끔찔끔 뭔가를 사고 있고 또 그 약발이 떨어지면 우울하고 또 사고...그래서 궁극적으론 반복적인 소비보다 생산활동이 더 큰 에너지를 만들고 있지 않나..하는, 일을 하는 것은 물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옷을 만들고 인테리어를 바꾸고 음식을 만들고..나아가는 아이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치로 인간의 허망함을 조금이나마 채우기 위한 활동이 아닌가하는.       

그러니까 요는, 조금 우울하고 그래서 이제는 소비보다 위에 언급한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겠다고...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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