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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3 책 욕심 8

책 욕심

2009. 4. 3. 15:30 |

요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개안이라 할 정도로 평소에 별 생각없이 받아들인 역사에 대해, 경제에 대해, 국제사회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나의 무지를 순간순간 느끼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즐겨가는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 항상 담아놨던건데 얼마전에 홍콩에 사시는 다른 분에게 받은 것으로, 요즘말로 '득템'했다. (이렇게 써도 되는건가.)

그 분은 모 게시판에 자신의 책 다섯권 정도를 올리시고 판매도 좋지만 되도록 교환을 선호한다고 하셔서 내가 원했던 이 책을 얻기 위해선 나도 내가 가진 책을 방출해야했다. 여기서 또 고민이 시작됐는데 홍콩에 온지 1년 남짓된 현재 시점, 우송료가 아까워서 또 1년간 한국에 좀 많이 갔기에 갈 때마다 가져오고 친구들이 필요한거 없냐 물어볼때마다 소포로 받은 것 약간..까지 약 100권을 모아 자그마한 책장 하나를 더 사서 채워놓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무지 뿌듯하고 기뻐하던 중이라 어느 책을 내놓을 것인가 잠시 고심했다. 그냥 내가 사고말지 왜 바꾼다고 했을까 후회도 하고, 정말 내가 책 욕심이 좀 있구나 싶기도 하고, 어떤 분이 나올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그 책 아직 가지고 있다고 교환하자는 쪽지를 받은 후 참 많은 잡다한 생각을 했다. 

그렇게 고민해서 전체 리스트는 차마 드리지 못하고 큰 맘 먹고 방출하기로 한 몇 권을 적어보내고 그 중 그 분이 선택한건 <청춘표류> <새의 선물> <마법은 속삭인다> 3권으로, 교환으로 1권 받고 추가로 2권을 구입하고 싶다고 했다. 난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임에도 아쉬워서 주말에 한번 더 읽고 내 품을 떠나보내고, 그리고 그냥 책을 사지 교환은 다시는 안하기로 맘 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아마도 다음번 방출하는 시기는 홍콩을 떠날 때가 될 것 같다. 혼자 북치고 장구친 이런 과정에도 그래도 기뻤던건 그 분이 매우 기뻐하며 감사하며 받아주신 것이다. 한글로 쓰인 책이 그리웠다면서 덕분에 마음의 양식을 얻게 됐다고...하실 정도로 해외에서 한국책이 귀하긴 귀하다. 

그래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 고국에서와 같이 홍콩 도처에 깔린 영문서적 서점에서 책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A군의 경우도 역시 침사초이에 일본 서점이 있어서 (토마토북스라는 이름의 서점이다.) 해외에서도 책 냄새를 맡고 직접 만지고 골라서 사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이 서점의 규모도 결코 작지 않아 더 더 부럽다. 크기로 치면 홍익문고 두 층 넓이...정도? 이대 리브로보다 약간 작은 정도인 것 같다. 베스트셀러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책!이 골고루 있고 게다가 중고서적 거래 코너도 따로 있다. 그가 홍콩에 온지 얼마안되서 홍콩생활 개괄에 대한 책과 광동어 교재를 여기서 샀는데 (당시 나는 잠시 여행으로 왔었다) 나도 한국에 돌아가서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을 뒤졌는데 홍콩에 관한건 가이드북과 광동어는 80년도에 출판된 1종류의 책 뿐이었다. 토마토북스 내부엔 차 마시며 인터넷하고 잠시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 쉬어갈 수도 있다. 그가 듣기론 코즈웨이베이에 더 큰 일본 서점이 있다고 한다. 역시 코즈웨이베이에 한국 서점이 있다는 얘기는 나도 어느 게시판에선가 봤지만 책 값이 비싸고 한류의 영향으로 cd, dvd 등이 많다는 소문도 들었다. 아마도 잘 이용되지 않는 것 같아서 찾는 책이 없거니 하고 가보지는 않았다. 

(요즘엔 잘 읽지는 않더라도)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좋아하는 A군은 책은 아끼지말고 사라고 한다. 딱히 아껴가며 사고있지는 않으니 그 말이 크게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그가 했던 어느 말보다 그 말이 내겐 감동적이었다. 지난번 일본에 갔을 때도 어머님과 같이 서점에 갔을 때 어머님도 역시 그 말씀을 하셨다. 책과 꽃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식생활에도 역시 아끼는 것 같지 않으신데..) 그의 그 말의 뿌리는 아마도 어머님이었던 것 같다. 어머님이 몇 년전 책 정리를 해서 어딘가 기부를 하셨다고 하는데 그 때 분량이 트럭 한 대 였다고 한다. 큰 손이신 어머님이 안아끼신다고 하실 정도면 정말 많이 사셨을게 짐작이 간다. 

그도 책을 좋아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책은 몇 권 안된다. 나보고 책 많아서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읽고 버리기 때문에 항상 가지고 있는 책의 양은 비슷하다. 얼마전 한국에 갔다온 후 얼마 안된 어느 날 토마토북스에 다녀오더니 한국 관련 책을 5-6권 사왔다. (이렇게 바로바로 원하는 책을 사오는 것도 부럽다.) 북한의 생활에 대한 책도 사오고, 우리처럼 국제결혼한 커플의 이야기도 사오고, 한국문화에 대한 책도 사왔다. 읽으면서 한국은 베스트셀러가 1만부 이상이야? 일본은 100만부 이상이어야 베스트셀러 정도인데 한국사람들은 사교생활에 시간을 많이 소비해서 독서량이 일본보다는 적다고 써있네..라고 했다. 홍콩에 사는 우리 한국 사람들의 토마토북스가 없는건 이런 수요-공급원칙에 따른 것이겠거니 생각하면 아쉽지만 한국의 토마토북스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일본어를 더 공부해서 우리의 책장을 합치고 읽고 싶은 책을 바로바로 찾아 읽는게 더 빠를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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