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로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엄마 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 소년한길 / 2004년
이 책을 처음 만난건 2006년 서울도서전으로 기억한다. 당시엔 일 관계로 동료와 함께 코엑스에 들렀다. 중국지역 담당인 나의 북경도서전이나 일본지역 담당인 동료의 경우 도쿄도서전은 항상 빡빡한 미팅이 있어서 책을 보러다니며 즐기는 도서전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서울도서전은 미팅도 없고 좋은 책 있으면 보고오자는 생각으로 가다보니 발걸음도 가벼웠다.
출판사별로 부스가 나눠져 있어서 다니면서 아는 담당자가 있으면 인사도 하고 좋은 책 있으면 메모도 하며 돌아다니던 중에 한길사 부스에 들렀다. 한길사는 멋진 사옥만큼 책 센스도 눈에 띄어서 한권 한권 감탄을 자아냈는데 그렇게 둘러보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처음에는 소년의 캐릭터인형이 그리고 그 아래에 진열되어 있는 이 책을 보고는 동료와 오-오-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짧은 글이나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정이 압축되어 있고 그림도 한국적고 따뜻하고 아련하다. 정말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책이었다. 작가는 그..상허 이태준선생으로 1930년대 창작한 단편동화에 김동성님의 그림이 더해져 여백이 가득한 아름다운 동화가 되었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지난번 크리스마스에 어머님께 받은 동화책이 생각나서 나도 뭔가 한국적인 동화책을 선물드릴까 하며 찾다가 서가에 꽂힌 이 책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 바로 샀다. 다른 소포랑 같이 보내느라 일정상 한 줄 한 줄 번역은 못했지만 메일로 이런 내용이라고 써서 보내니 글도 그림도 감동적이라며 우셨다고 한다.
도서전에 같이 간 동료, 이제는 절친한 친구가 된 그녀와 후에 이태준선생 고택인 수연산방에서 차 한잔을 하고 근처 길상사를 둘러보고 그 후로도 산책하며 사진찍는 시간을 가졌는데, 가끔..그 시절 이런저런 일에 치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주말엔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던 그 일상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