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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중>

2009. 3. 14. 20:16 |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로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엄마 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 소년한길 / 2004년



이 책을 처음 만난건 2006년 서울도서전으로 기억한다. 당시엔 일 관계로 동료와 함께 코엑스에 들렀다. 중국지역 담당인 나의 북경도서전이나 일본지역 담당인 동료의 경우 도쿄도서전은 항상 빡빡한 미팅이 있어서 책을 보러다니며 즐기는 도서전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서울도서전은 미팅도 없고 좋은 책 있으면 보고오자는 생각으로 가다보니 발걸음도 가벼웠다.

출판사별로 부스가 나눠져 있어서 다니면서 아는 담당자가 있으면 인사도 하고 좋은 책 있으면 메모도 하며 돌아다니던 중에 한길사 부스에 들렀다. 한길사는 멋진 사옥만큼 책 센스도 눈에 띄어서 한권 한권 감탄을 자아냈는데 그렇게 둘러보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처음에는 소년의 캐릭터인형이 그리고 그 아래에 진열되어 있는 이 책을 보고는 동료와 오-오-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짧은 글이나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정이 압축되어 있고 그림도 한국적고 따뜻하고 아련하다. 정말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책이었다. 작가는 그..상허 이태준선생으로 1930년대 창작한 단편동화에 김동성님의 그림이 더해져 여백이 가득한 아름다운 동화가 되었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지난번 크리스마스에 어머님께 받은 동화책이 생각나서 나도 뭔가 한국적인 동화책을 선물드릴까 하며 찾다가 서가에 꽂힌 이 책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 바로 샀다. 다른 소포랑 같이 보내느라 일정상 한 줄 한 줄 번역은 못했지만 메일로 이런 내용이라고 써서 보내니 글도 그림도 감동적이라며 우셨다고 한다.

도서전에 같이 간 동료, 이제는 절친한 친구가 된 그녀와 후에 이태준선생 고택인 수연산방에서 차 한잔을 하고 근처 길상사를 둘러보고 그 후로도 산책하며 사진찍는 시간을 가졌는데, 가끔..그 시절 이런저런 일에 치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주말엔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던 그 일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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